Tiny Finger Point Hand With Heart 88
  • [코로랄] Valentine's Day
  • 2020. 3. 2. 10:44
  • M님(@Maxxerpixxe)께 넣은 글 커미션

    랄의 손에 들린 초콜릿은, 그녀의 손에만 머무를 뿐 좀체 새로운 주인의 손으로 넘어갈 기미가 없는 상태였다. 그것도 오늘, 하루 종일. 이유 같은 핑계를 조금 들자면 이렇다. 무심하게도 햇살이 너무나 밝은 날이었어서, 밝은 햇살의 온도가 그녀를 감쌌기에 행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던 것이라서, 흔한 핑계로 부끄럽다는 시답잖은 감정부터 들기 시작해서. 전부 ‘이유 같은’ 것에 불과 하는 핑계일 뿐이었고, 이러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아니면 다음 생이 되어서야 전해줄 수나 있을지가 관건이 될 만큼 그녀는 여전히 질질 끌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영원히 전하지 못할 수도 있겠는데… 조금 불안한 감정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온통 이상하게 간질간질하고 두둥실 떠오를 것만 같은 무언가가 가득 차 빈 틈새가 없었다.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저울 같은 마음 둘이 그녀의 표정과 결정을 시시각각 조금씩 바꾸게 한다. 기껏 만들었는데 전해주고 말지, 전해주자. 아니, 그래도 조금 그런데… 초콜릿을 받아줄 건지도 모르고, 싫어할 수도 있잖아. 역시 나라도 다 먹어버릴까. 이 두 마음은 서로 옥신각신 싸우는 듯 랄의 마음속을 어지럽히고 분홍빛, 검정빛으로 제각각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랄은 결국, 조금 숙인 고개를 두어 번 살짝 젓고는 초콜릿을 주머 니 속에 대충 찔러 넣고서 자리를 떠나려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 무슨 초콜릿이야. 그냥 가자… 그녀의 신발 굽이 땅과 마찰되어 턱, 턱, 하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진다. 턱, 턱, 턱, 터벅, 턱, 터벅, 터벅, 턱…

    터벅. 또 다른 신발 소리가 랄의 바로 뒤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랄이 뒤를 돌아 또 다른 신발 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려던 찰나, 그 소리의 주인이 한 발 빠르게 랄의 손목을 가볍게 탁, 잡는다. 곧 그녀의 귀에 익숙하디 익숙하고 능청스럽기까지 한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들려온다.

    “방금 그거, 나한테 주려던 거 맞지? 그치?”

    “…있을 땐 없고, 가려는 순간 갑자기 등장하더니 이제 와서 달라고? 이게 뭔 줄 알고.”

    “그야 나한테 줄 초콜릿, 아냐? 역시 맞을 텐데. 오늘 발렌타인데이라고 일부러 준비해준 거고? 이야~ 완전 기쁜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주기 좀 싫어졌거든.”

    그런 게 어디 있어, 인마. 그니까 나한테 주려던 초콜릿 상자, 맞잖아. 그치? 낮게 킥킥대다가도 제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어서 달라는 듯 한 눈 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코로네로의 시선을 괜히 일부러 피하는 랄이었다. 아까 좀 일찍 왔으면 됐잖아, 나 참. 선명히 느껴지는 그의 숨결과 시선을 피해도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의 얼굴이 떠오르자 볼이 조금씩 붉어져가는 그녀였다. 그런 랄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던 코로네로는, 자연스러움이 밴 손길로 그녀의 주머니에 찔러 넣어졌던 초콜릿 상자를 유연하게 빼내더니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어보이다 도로 제 주머니에 찔러 넣곤 활짝 웃어보인다.

    “잘 먹을게, 랄. 나를 위해 이런 초콜릿도 만들어주고, 고마워.”

    짧은 순간에 일어난 그의 행동에 무어라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던 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왕 받았으니까 그거, 될 수 있음 다 먹어. 내가 만들었지만 시중에서 파 는 거랑 견줄 만도 하니까. 크흠, 하고 낮은 헛기침을 뱉는 랄을 지긋이 바라보던 코로네로가 오, 하며 입을 뗀다.

    “진짜? 그렇게 맛있어, 이게? 못 믿겠는데.”

    물론 직접 먹어보면 분명 맛있겠지만, 아직은 못 믿겠다는 소리지. 장난스러운 눈으로 저를 보며 실실 웃는 코로네로에 괜히 틱틱대는 랄이었다.

    “못 믿겠으면 직접 먹어보던가. 맛있…”

    단번에 랄의 입술이 덮쳐짐으로 인해, 소리가 뚝, 단절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커진 그녀의 눈과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그녀의 표정과 어디 둘지 몰라 갈팡, 질팡, 하고 있는 손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움직일 때, 그녀의 입술을 덮친 그는 한쪽 팔로 능숙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는 살살 쓰는 행동과 동시에 입술 틈새로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과 혀를 탐한다. 눈을 감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널 볼 때면, 쓰디쓰다 싶다가도 금세 달콤해져 나를 감싸준다고. 이내 미세하게 떨리는 랄의 입술을 한 번 살짝 깨물어주고는, 맞닿은 입술을 천천히 떼고 장난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코로네로였다.

    어라, 너 얼굴.

    그의 달콤한 시선 끝에는 달콤함을 한 움큼 집어 삼키기라도 한 듯한, 열꽃이 가득 핀 얼굴을 하고 있는 랄이 숨을 천천히 고르고 있었다.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딨냐고, 코로네로…!

    저를 흘기는 그녀의 가까워진 숨결이 닿자 코로네로는 어째서인지 초콜릿을 먹고 싶어진 기분이 들고 말았다.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고 깔끔한 모양과 군침 도는 색의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고서 그녀를 향해 싱글벙글, 웃어 보인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얼굴에 열꽃을 또 피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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